"C'est important pour moi, quand on touche à une forme de poésie, qu'elle soit lumineuse !"
"내게 중요한 건, 시(詩)에 닿을 때 그것이 빛나야 한다는 거예요!"

몽마르트르의 언덕 위에서 쓴 러브레터
2025년 9월 12일, 프랑스 음악의 가장 우아한 목소리 중 하나인 케렌 안(Keren Ann)이 10번째 정규 앨범 《Paris Amour》를 발표했다. 전작 《Bleue》 이후 6년간의 침묵을 깬 이 앨범은, 데뷔 25주년이라는 이정표 위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사랑하는 도시 파리, 그 안에서 맞이하는 고독과 아름다움, 그리고 전쟁의 메아리까지 — 9곡의 노래에 한 여자의 25년이 압축되어 있다.
"겨울 정원 Jardin d'hiver "의 작곡가, Keren Ann의 음악 세계
Keren Ann Zeidel(케렌 안 제이델)은 1974년 3월 10일 이스라엘 카이사리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계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네덜란드-자바(인도네시아)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여러 문화의 교차점 위에 놓여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후 11살에 파리로 이주한 케렌 안은, 9살 때 부모님이 사준 기타로 조니 미첼과 세르주 갱즈부르의 노래를 배우며 음악에 눈을 떴다. 그녀의 음악적 DNA에는 처음부터 영어권 포크와 프랑스 샹송이 공존했다.
1998년 밴드 Shelby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2000년, 운명적인 파트너 벙자망 비올레(Benjamin Biolay)를 만나면서 음악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두 사람이 함께 쓴 "Jardin d'hiver(겨울 정원)"는 앙리 살바도르의 명반 《Chambre avec vue》에 수록되어 프랑스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이 되었고, 앨범은 15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케렌 앤은 단숨에 프랑스 음악계의 핵심 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La Biographie de Luka Philipsen》을 시작으로, 그녀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2003년 영어 앨범 《Not Going Anywhere》를 미국 Blue Note 레코드에서 발매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고, 뉴욕에서도 활동하며 Belle and Sebastian, Beth Orton,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음악적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
25년의 커리어 동안 Iggy Pop, David Byrne, Jane Birkin, Françoise Hardy, Étienne Daho, Vincent Delerm 등과 협업하고, 영화 음악 작곡, France Culture에서 시(詩) 팟캐스트 진행까지 — 케렌 안의 예술 세계는 음악이라는 하나의 틀에 가두기엔 너무 넓다.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오피시에, 국가공로훈장 슈발리에 수훈자이기도 한 그녀는 빅투아르 드 라 뮤직(Victoires de la Musique)에 9회 노미네이트되며 프랑스 음악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다졌다.
"La Sublime Solitude" — 찬란한 고독의 찬가
2025년 3월 21일 공개된 "La Sublime Solitude(찬란한 고독)"는 앨범 《Paris Amour》의 첫 번째 싱글이자, 6년간의 침묵을 깬 복귀작이다. 이 곡은 창작자의 고독을 노래한다. 피아노의 상아와 흑단만을 찾는 손, 청동과 나일론 줄에 굳어버린 손끝의 피부 — 그녀는 자신을 "돌(une pierre)"이자 "미친 기마병(une folle cavalière)"이자 "스쳐 지나가는 존재(passagère)"로 묘사한다. 상처를 짐 속 깊이 묻어두고, 높은 고도의 절경도 야생의 향기도 확실한 것이 없는 곳에서 그녀가 만나는 것은 "찬란한 고독"이다.
케렌 안은 2025년 RFI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해 "창작의 장소를 묘사한 곡"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인용하며, "여성 창작자에게 이 발효의 시간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이 고독으로부터 출발해요. 도시 앞에서, 남자 앞에서, 찬란하고 태양 같은 고독 — 그것이 사랑하고, 책임지고, 무엇보다 창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말했다.
France Info 인터뷰에서는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딸이 자신 곁에서 함께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30년간 모아온 악기 컬렉션을 도난당한 경험, 그럼에도 거기서 새로운 힘을 끌어냈다는 것.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변환하는 능력"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다.
앨범 《Paris Amour》 수록곡 추천
"Paris Amour" 파리 아무르 (파리 사랑)
타이틀곡 "Paris Amour"는 케렌 안이 자신의 도시 파리에게 보내는 달콤쌉싸름한 러브레터다. "Paris, t'es louche, Paris, tu couches(파리, 넌 수상해, 파리, 넌 잠자리를 함께 해)"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이것은 맹목적 찬양이 아니라 파리에 대한 실망과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집착 사이의 긴장이다. 몽마르트르 자택에서 도난당한 20년치 악기 컬렉션의 상실감이 곡 안에 녹아 있다. 펑키한 기타 리프 위에 케렌 안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얹히며, 세르주 갱즈부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충분히 애착이 있어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물 거예요"라는 그녀의 인터뷰 발언이 이 곡의 완벽한 주석이 된다.
"La Musique à fond"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앨범의 가장 밝고 에너지 넘치는 곡이다.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 묵직한 걸 원해, 좋은 걸 원해 / 지평선까지 뿜어져 나가길 / 천장을 뚫어버리길 / 지평선에 사랑이 있어!"라는 후렴은, 케렌 안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앨범의 "태양 같은(solaire)" 면모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밤의 끝자락, 안개가 걷히고 아침이 밝아올 때의 해방감을 담은 이 곡은, 첫 싱글 중 하나로 공개되어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60-70년대 팝의 화려한 관현악 편곡과 일렉트로닉 요소의 조화가 일품이다.
"Comme si la mer se divisait"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앨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곡으로, 4분 3초의 러닝타임 동안 현악 사중주(Quatuor à cordes)가 찬란하게 펼쳐진다. 제목은 성서적 이미지(출애굽기의 홍해)를 연상시키지만, 케렌 안은 이를 사랑의 불가능성과 기적적 만남이라는 세속적 맥락으로 전용한다. Jazz Weekly는 이 곡의 현악을 특별히 언급하며 "이야기를 감싸는 아름다운 스트링스"라 표현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를 거쳐 파리에 정착한 그녀의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이 가장 은유적으로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L'écho des tirs" (총성의 메아리)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무거운 곡이다. 두성(voix de tête)으로 불리는 이 곡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후 계속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케렌 안의 음악적 응답이다. 파편적인 텍스트, 뜬 듯 떠다니는 보컬, 최소한의 반주 — 이 모든 것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음악으로 감싸려는 시도다. 이스라엘 태생의 프랑스 시민으로서, 그녀는 RFI 인터뷰에서 "인류를 방어하는 데 두 가지 방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서 이것은 태양 같던 앨범에 드리운 그림자이며, "아름다움을 묘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케렌 안의 다짐과 공존하는 현실의 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