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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프랑스)

벙자망 비올래 — 파리에서 리우까지, 블루의 시인이 그린 가장 깊은 풍경화

by 빠리랑 2026. 9. 19.

벙자망 비올래 — 이력과 음악세계

프랑스 샹송의 역사에는 두 종류의 예술가가 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 그리고 그 무대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 벙자망 비올래(Benjamin Biolay)는 오랫동안 후자였고, 이제는 두 가지 모두다.

1973년 1월 20일, 리옹 근교 소도시 빌프랑슈쉬르손(Villefranche-sur-Saône)에서 태어난 벙자망 제라르 파비앵 비올래는 음악과 함께 숨 쉬며 자랐다. 아버지는 아마추어 클라리넷 연주자였고, 어린 벙자망은 동네 브라스 밴드에서 튜바와 바이올린을 배우다 리옹 지역 음악원(CRR de Lyon)으로 진학해 트롬본을 전공, 1990년 두 개의 최우수 학위를 취득했다. 클래식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 그는 스스로 독학으로 기타와 팝을 쌓아 올렸다.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0년의 일이다. 네덜란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케렌 안(Keren Ann)과 함께 프랑스 전설의 샹송 가수 앙리 살바도르(Henri Salvador)의 귀환 앨범 《Chambre avec vue》를 공동 작곡하고 편곡했는데, 이 앨범이 100만 장을 돌파하며 빅투아르 드 라 뮤지크(Victoire de la musique)를 수상하자 그의 이름은 단번에 프랑스 음악계 최정상 프로듀서·작곡가로 각인되었다. 이후 쥘리에트 그레코(Juliette Gréco),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 쥘리앙 클레르(Julien Clerc)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대중음악의 역사적 아이콘들이 그에게 곡을 의뢰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첫 발걸음은 2001년 데뷔 앨범 《Rose Kennedy》였다. 케네디 가문의 신화를 모티프로 삼은 재즈-팝 성격의 이 앨범은 2002년 빅투아르 드 라 뮤지크 '올해의 신인 앨범'을 수상했다. 이후 20여 년간 그는 《Négatif》(2003), 《Trash Yéyé》(2007)를 거쳐, 2009년 더블 앨범 《La Superbe》에서 마침내 대중과 비평 모두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멜랑꼴리와 시적 서정이 폭발적으로 응축된 이 앨범은 비투르 드 라 뮤지크에서 '남성 아티스트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6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체류하며 아르헨티나 음악가들과 함께 만든 《Palermo Hollywood》로 다시 한번 비투르 알범 샹송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자동차 경주에서 영감을 받은 록 색채의 《Grand Prix》는 빅투아르 드 라 뮤지크에서 '남성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세 개 트로피를 한꺼번에 휩쓸었다. 현재까지 총 6번의 빅투아르 드 라 뮤지크를 수상한 그는, 세르주 갱즈부르(Serge Gainsbourg)와 알랭 바슝(Alain Bashung)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현대 샹송의 가장 정통한 후계자로 꼽힌다.

배우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9년 영화 《Stella》로 세자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넷플릭스 드라마 《콜 마이 에이전트》에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누이 코랄리 클레망(Coralie Clément)의 음반 세 장을 직접 작곡·제작한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그의 음악 세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삶의 모든 것은 노래가 될 수 있고, 그 노래는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 저음에 가라앉은 목소리, 치밀한 현악 편곡, 팝과 보사노바와 삼바와 샹송이 경계 없이 녹아드는 음향 세계 — 벙자망 비올래의 음악은 특정 장르에 가두기를 거부한다.

"Juste avant de tomber" (떨어지기 직전에)

 

《Le Disque Bleu》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두 번째 싱글 〈Juste avant de tomber〉는 이 앨범에서 가장 알레고리적인 곡이다. 후렴은 이렇게 시작한다.

Je crissais juste avant de tomber J'ai même pas vu ma vie défiler Mais vu la fée sur mon berceau qui de près se pencher Je crissais juste avant de tomber J'ai pas grand chose à vous déclarer Je vois les belles choses De belles choses que j'avais oubliées

(나는 떨어지기 직전 날카롭게 울었다 /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지도 않았다 / 하지만 요람 위에서 내게 몸을 기울이던 요정이 보였다 / 나는 떨어지기 직전 날카롭게 울었다 / 당신들에게 딱히 선언할 것은 없다 / 나는 아름다운 것들이 보인다 / 내가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것들이)

가사에서 '떨어진다'는 행위는 단순한 추락이 아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지 않았다는 역설적 서술, 그 대신 '요람 위의 요정'이라는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는 구절은 마지막 순간에 인간이 경험하는 역설적인 명료함을 시적으로 담아낸다. 동시에 이 '떨어짐'은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순간, 즉 감정의 절벽 앞에 서는 찰나로도 읽힌다.

2025년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의 레아 살라메(Léa Salamé), 니콜라 드모랑(Nicolas Demorand)과의 인터뷰에서 비올레는 이 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알레고리적인 곡 중 하나입니다. 죽음에 가까이 갔다가 살아 돌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경험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 클리셰가 항상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Juste avant de tomber〉는 그 이미지와도 닿아 있지만, 동시에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순간과도 연결됩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앨범 전체의 구성에 대해 "Face A(레지당)는 일종의 교향시적 록에 가깝고, Face B(비지퇴르)는 가사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Juste avant de tomber〉의 뮤직비디오는 영화감독 루이 빌레르(Louis Villers)가 연출했다. 빌레르는 《Le Disque Bleu》의 선행 싱글 세 곡 〈Adieu Paris〉, 〈Juste avant de tomber〉, 〈Oh la guitare〉의 클립을 모두 담당한 감독이다. 비올래가 파리의 거리를 거닐며 도시의 멜랑꼴리와 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영상은, 가사가 품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시각적 메타포로 읽힌다. 

 《Le Disque Bleu》(2025) / 《L'Ultrableu 리에디션》(2026)

《Le Disque Bleu》는 2025년 10월 17일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 France / Polydor)를 통해 발매된 벙자망 비올래의 11번째 정규 앨범이다. 24곡 더블 앨범으로, 파리·세트(Sète)·브뤼셀·부에노스아이레스·리우데자네이루를 오가며 녹음했다. 앨범은 두 파트로 나뉜다. 1부 「레지당(Résidents)」은 더 내밀하고 클래식한 샹송 세계를 담았고, 2부 「비지퇴르(Visiteurs)」는 보사노바·삼바의 온기와 유랑자의 감각이 녹아있다. 프랑스 차트 2위, 벨기에 왈로니아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비평계로부터 "이 10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2026년 9월 11일에는 6곡을 추가 수록한 리에디션 《L'Ultrableu》가 발매되어 30곡짜리 트리플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Le penseur" (생각하는 사람) — 앨범 오프닝 트랙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이자 이 앨범 전체의 정서적 포문이다. 도입부에서 첼로가 먼저 울려 퍼지고, 이어서 기타, 플루트, 색소폰이 차례로 합류하며 섬세한 관현악의 직물이 짜인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은 로댕의 조각상을 연상시키지만, 비올래의 시선 속에서 이 인물은 세트(Sète) 항구(필자 개인적으로 수많은 발자국을 남겼던 곳)의 방파제 위에 앉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용히 응시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가사에는 "비스트로가 남아있는 한 / 나는 기꺼이 천천히 죽어도 좋아(Mais tant qu'il y aura des bistrots, je veux bien mourir ma non troppo)"라는 아이러니한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비올레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슬픔을 껴안으면서도 삶을 긍정한다. 음악 비평가들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준 트랙으로, 도입부의 첼로 선율이 청자를 단번에 '블루'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

 

"Ton silence" (당신의 침묵) — feat. Tuten Mapu (리에디션 수록)

 

2026년 9월 11일 발매된 리에디션 《L'Ultrableu》의 신규 수록곡으로, 칠레 출신 싱어송라이터 투텐 마푸(Tuten Mapu)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투텐 마푸의 존재는 비올레가 중남미 음악 세계에 품고 있는 진실된 호기심의 증거다 — 아르헨티나의 탱고, 브라질의 보사노바를 넘어 칠레의 감수성에까지 그가 손을 뻗고 있음을 보여준다. 〈Ton silence〉는 말이 없는 상대방을 향한 노래다. 침묵이 때로 가장 큰 말이 된다는 역설을 담은 이 곡에서 투텐 마푸의 목소리는 비올레의 프랑스어 가사와 유기적으로 얽히며 새로운 멜랑꼴리를 만들어낸다. 무거운 현악 없이도 공백 자체로 감정을 채우는 방식이 특징적이며, '침묵'이라는 주제를 음악적 질감으로 표현한 솜씨가 탁월하다. 2026년 11월 파리 제니트(Zénith) 투어에서 특히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곡이다.

"15 octobre" (10월 15일) — feat. Nathy Cabrera


아르헨티나 베이스 주자 겸 가수 나티 카브레라(Nathy Cabrera)와의 듀엣곡이다. 단순한 날짜처럼 보이는 제목 뒤에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특정한 기억의 날이 숨겨져 있다. 포근한 첼로 리프가 후렴구를 받쳐주고, 카브레라의 라틴 억양이 깃든 목소리가 비올래의 저음과 교차하며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감수성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파리에서 녹음한 1부 「레지당」에 속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체취가 이미 스며들어 있다는 점에서 두 파트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음악적으로는 정통 샹송 발라드의 구조 위에 라틴 타악기의 호흡이 더해졌으며, 가사는 시간이 쌓인 자리에 남겨진 감정의 흔적을 섬세하게 더듬는다. 두 목소리가 맞닿는 후렴부에서 멜랑꼴리가 절정에 달하는, 이 앨범의 숨겨진 보석 같은 트랙이다.

 

"Soleil profond" (깊은 태양) — 팝의 정수

 

앨범 전체에서 가장 팝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으로, 도입부의 기타 리프가 한 번 들으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깊은 태양'이라는 제목처럼, 이 곡은 표면적으로는 찬란하지만 내면에는 어두운 무게를 품고 있다. 스페인어권 음악 비평 매거진 Rockdelux는 "강력하고 시사적인 팝, 동시에 암시적이고 흥미롭다"고 평했다. 비올래 특유의 저성 보컬이 더없이 자연스럽게 장착된 멜로디 위를 흐르며, 가사는 '태양'이라는 언어를 통해 열망과 상실 사이 어딘가를 유영한다. 라이브 무대에서도 청중의 반응이 특히 뜨거운 곡으로, 투어에서 중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는 핵심 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