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perdre, c'est peut-être le seul vrai moyen de se retrouver."
"길을 잃는 것, 그것이 아마도 진정으로 자신을 찾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미로 속에서 빛을 찾는 다섯 시인
2025년 9월 12일, 프랑스 록의 자존심 Feu! Chatterton(푀! 샤테르톤)이 네 번째 정규 앨범 《Labyrinthe》를 발표했다. 전작 《Palais d'argile》의 플래티넘 인증과 130회 공연 투어 대성공 이후, 4년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그들은 더욱 성숙하고 대담한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인다. 루브르 박물관 레지던시, 영화 음악 작업, 그리고 그 사이에 찾아온 이별의 아픔까지 — 이 모든 경험이 13곡의 미로 안에 녹아들어 있다.
고전시(詩)와 현대 록의 만남, Feu! Chatterton의 음악 세계
Feu! Chatterton은 2011년 파리에서 결성된 5인조 록 밴드다. 밴드명은 18세기 영국의 요절 시인 토머스 채터턴(Thomas Chatterton)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Feu!'는 프랑스어로 '고(故)'를 뜻하는 고어(古語)다. 시인의 불꽃처럼 타오르다 17세에 생을 마감한 채터턴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보컬 겸 작사가 Arthur Teboul(아르튀르 테불)과 기타리스트 Clément Doumic(클레망 두믹), Sébastien Wolf(세바스티앵 볼프)는 파리의 명문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세르주 갱스부르, 알랭 바슝, 라디오헤드에 대한 공통된 열정으로 뭉친 그들은 이후 베이시스트 Antoine Wilson(앙투안 윌슨)과 드러머 Raphaël de Pressigny(라파엘 드 프레시니)를 영입해 현재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들의 음악은 '누벨 샹송 프랑세즈(Nouvelle chanson française)'와 아트 록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Arthur Teboul의 시적이고 문학적인 가사는 레오 페레, 자크 브렐, 바르바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라디오헤드와 핑크 플로이드의 실험 정신을 품고 있다. 특히 Teboul의 '슬램' 스타일 보컬은 말과 노래의 경계를 오가며, 프랑스어의 운율미를 극대화한다.
"Mille vagues" — 떠나간 이에게 바치는 천 개의 파도
앨범 《Labyrinthe》의 정서적 중심에는 "Mille vagues(천 개의 파도)"가 있다. 이 곡은 앨범 제작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매니저이자 프로듀서 Jean-Philippe Allard(장필립 알라르)에게 바치는 추모곡이다.
가사는 상실의 충격에서 시작한다. "La vie est soudaine, surtout quand elle s'en va(삶은 갑작스럽다, 특히 세월이 흐를때면)" — 이 구절은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 앞에서의 무력감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Mille vagues"의 뮤직비디오는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제작되었다. 밴드 멤버들의 연주 장면과 자연 풍경이 교차하며, 화려한 연출 없이 음악과 가사가 스스로 말하게 한다. 이러한 절제된 미학은 오히려 곡의 감정적 무게를 더욱 무겁게 전달한다.
앨범 《Labyrinthe》 수록곡 추천
Allons voir (가보자)
앨범의 첫 문을 여는 "Allons voir"는 빛과 희망의 초대장이다. 2025년 6월 첫 싱글로 공개된 이 곡은 페스티벌 무대에서 탄생했다.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와 합창처럼 울려 퍼지는 후렴 "Allons voir ce que la vie nous réserve, n'ayons peur de rien!(가보자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준비해뒀는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자!)"은 어두운 시대에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격려다. Arthur Teboul은 아버지가 된 후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 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겼다고 밝혔다. Jean-Charles Charavin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축제 장면을 담아, 곡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Le Labyrinthe (미로)
앨범의 타이틀 트랙은 라틴 리듬을 차용한 의외의 곡이다. 밝은 멜로디 아래 숨겨진 것은 삶의 미로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초상.
Sébastien Wolf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루브르 레지던시 동안 우리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지하 미로 같은 공간에서 작업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방들... 그 경험이 이 곡의 영감이 됐다."
Arthur Teboul은 덧붙였다: "미로는 삶의 은유다. 우리는 가장 빠른 길만 찾으려 하지만, 진정한 발견은 우회로에서 일어난다. 길을 잃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찾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