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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프랑스)

Solann 아르메니아 감성이 담긴 프렌치 팝-포크의 신성

by 빠리랑 2026. 1. 6.

신비로운 주술사, 솔란을 만나다

파리 출신의 25세 싱어송라이터 솔란(Solann Lis-Amboyan)은 2025년 2월 14일, 프랑스 대중음악 시상식인 빅투아르 드 라 뮤직(Victoires de la Musique)에서 여성 신인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샹송계의 신예로 주목받았다. 배우인 아버지와 아르메니아계 예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솔란은, 어릴 때부터 연극 무대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져왔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솔란은 자신의 음악을 '영묘한 팝 포크 pop-folk éthérée'라고 표현하고, 어머니는 '이상한 팝 포크 pop-folk chelou'라며 독특한 색채를 덧붙인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바르바라, 샤를 아즈나부르 같은 샹송의 전설뿐 아니라 패트릭 왓슨, 아그네스 오벨, 빌리 아일리시, 타미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받았다. 주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신비롭고 주술적인 분위기 속에서 날카롭고 어두운 가사로 여성주의와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전한다. 2024년 1월 발표한 EP ‘Monstrueuse’의 타이틀곡 ‘Rome’은 유튜브 290만 조회수, 스포티파이 1,100만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페미니즘 찬가로 입소문을 탔다. 이어 2025년 1월 24일 발표된 데뷔 정규 앨범 ‘가라앉으면 아름다울 거야(Si on sombre ce sera beau)’는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받으며, 솔란은 프랑스 음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Marcher droit (똑바로 걷기) - 가족에게 바치는 다짐

 

앨범 <Si on sombre ce sera beau>의 마지막 곡인 "Marcher droit"는 솔란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르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4분 길이의 발라드다. 이 곡은 2024년 9월 25일 선공개 싱글로 발표됐으며, 할머니의 별, 마르세유에서의 추억, 할아버지의 눈동자 등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들을 따뜻하게 떠올린다. 특히 곡의 끝부분에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내 손녀는 원숭이가 아니야, 자기 방식대로 할 거야." 이 한마디에는 솔란이 세상의 편견과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Thelma et Louise" (feat. Yoa) - 자매애로 완성하는 페미니스트 로드무비

 

2025년 10월 16일에 공개된 "Thelma et Louise"는 솔란이 프랑스-스위스 출신 싱어송라이터 요아(Yoa)와 함께 부른 듀엣곡이다. 11월 14일에 발매된 확장판 앨범 "Si on sombre ce sera beau - promis"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199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2분 40초 동안 여성들의 연대와 복수에 대한 판타지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솔란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절벽 끝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이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남았다"며 "요아와 함께 작업을 얘기할 때, 여성들만의 로드 트립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곡엔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 자유롭게 복수하는 영화 속 세계에 대한 상상과, 남성들에게 주어진 면죄부에 맞서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함께 담겨 있다.

 

 Les Ogres (오우거들) - 탐욕이 집어삼킨 세상에 대한 분노

 

솔란의 앨범에서 가장 사회 비판적인 곡인 "Les Ogres"는 현대 사회를 집어삼킨 권력과 탐욕의 거인들을 정면으로 지적한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거인 가르강튀아와 전설 속 식인 괴물 오우거를 빗대어, 미디어가 골리앗 같은 이들을 다윗으로 포장해 세상에 내놓는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오우거들이 세상을 삼키고 난 뒤에는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고 노래하며, 애초에 세상을 바꿀 의지도 없었지만 그럴 기회조차 빼앗긴 채 느끼는 무력감을 전달한다. 또, 바벨탑 꼭대기에서 추락을 지켜보는 권력자들과 함께 불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극단적인 선언을 통해 기존 권력에 대한 저항 의지를 드러낸다. 이 곡은 자본주의와 미디어의 조작을 강하게 비판하며, 솔란의 사회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Petit Corps (작은 몸) - 신체 이미지와의 화해

 

‘Petit Corps’는 자신의 몸에 대한 불편함과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그린다. 곡은 뼈 속에서 울리는 불협화음이 마치 자궁 속에 영원히 머무는 듯한 가사로 시작하면서, 신체와 관련된 내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작은 몸이 내일은 커질 거야’라는 구절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변하는 것에 대한 거리감이 담겨 있다. 또, 타인에게 자신의 뼈를 맡기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모습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이 곡은 신체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자기 연민 같은 현대적인 주제를 따뜻한 코러스 하모니와 함께 풀어내며, 듣는 이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3분 22초 동안 이어지는 이 발라드는 솔란의 투명한 보컬이 유난히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